흔히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한다. 조금 진부한 것 같지만 계절의 비유만큼 인생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없다. 인생이 란 매 순간에 일어난 일들만으로는 완결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이 단계에서 저 단계로 넘어가며 발전해야 비로소 한 인생이 완성된다. 또한 그런 인생의 여정은 사계절을 순환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법칙과 닮은 구석이 많다.
여린 싹이 트고 태양이 고개를 드는 봄은 우리 인생의 유소년기와 같다. 봄의 새싹은 아직 작고 여리지만 저마다 어디까지 자랄지 모르는 자기만의 가능성과 향기를 지니고 있다. 여린 봄의 새싹들이 그러하듯이 어떤 토양과 환경에 서 태어났는가는 길게 보았을 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떤 악조건에도 불평불만만하지 않고 주어진 조건에서 오직 최선을 다해 자라면 그뿐이다.
여름은 사람으로 치면 성장하여 가정을 이루고 스스로 밥벌이를 하며 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청장년의 계절이다. 더운 여름날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로, 물 가로 떠나지만 자연은 더할 나위 없이 바쁘다. 봄에 겨우 싹이 튼 씨앗을 키워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채비를 하기 위해 뜨거운 햇빛과 소낙비를 견디며 열심히 자란다. 칡덩 굴에 온몸이 휘감기면서 햇빛을 향하는 힘찬 노력을 계속 하는 나무들처럼 고난과 역경을 견디면서도 자신의 뿌리에 숨겨놓은 꿈만은 버리지 않아야 할 계절이 바로 이때다.
봄부터 온갖 노력을 기울여도 열매는 가을이 되어야 열린다. 젊은 시절에 갖은 역경을 이기고 매일 땀을 흘리며 노력하지 않으면 가을이 되어도 얻을 열매가 없다. 또한 젊음의 야망이 아무리 크고 성급해도 가을이 되어야 수확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젊음을 부러워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장년기인 가을의 나이다. 장년기의 절정은 예순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만하면 인생에서도 일에서도 완숙한 경지에 오르기 때문이다.
겨울은 노년의 계절이다. 겨울은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쓸쓸한 계절이지만 느리고 고요한 가운데 인생의 참의 미를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계절이다. 결코 이제 아무런 쓸모도 희망도 없다고 불평하느라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 다.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한 해 동안 키워온 모든 흔적을 지우고 오직 씨앗만 남기는 나무나 풀처럼 우리는 스스로 를 더욱 굳세게 가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씨앗이 다시 사 계절을 맞이하며 한 생명으로 자랄 것이고, 그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임을 굳게 믿으며 자신이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을 철저히 놓아버려야 한다.
사계절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것은 인생에는 저마다 때를 맞춰야 할 일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봄에 돋아난 꽃이 바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봄에 씨를 뿌리지 않고는 가을에 거둘 수 없다. 이런 자연의 법칙은 사람의 생애를 통해 나타나는 이치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자신이 처한 계절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나 후회만 남는다. 젊어서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뒤를 자꾸 돌아보는 사람은 여름의 계절에 가을을 사는 사람이다. 육체가 약해지고 정신적 순발력이 떨어지는 겨울의 계절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자꾸 한여름 같은 날들을 만들려고 욕심을 내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인생의 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의미가 있다. 지나간 계절을 반추하며 쓸쓸해하거나 절망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 앞 에 다가온 계절에 충실해야 성숙한 인생을 살 수 있다.
봄이면 봄답게, 가을이면 가을답게, 그렇게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그 상황에 맞게 성실 히 살아가는 것이다.
한 뜻을 세우고 사업에 매진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을 때도 나쁠 때도 모두 넘기며 내가 원하는 것을 성취하는 알맞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 중요하다. 또 각각의 시기마다 내게 주어진 의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면 모처럼 싹을 틔워도 열매를 얻지 못한다. 오래 빛나는 성공 다운 성공은 오랜 기다림과 정성 끝에 얻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순리대로 얻어진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공은 시간을 넘어선 곳에 있다. 그래서 인생은 유한하지만 사업은 영원하다고들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