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 생활을 할 때부터였나. 나는 누군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무조건) 이유가 있어서 그것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세상에 "그냥" 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도 "그냥" 이라는 말을 지주 하는 것 같은데, 깊게 생각하기 싫어서 "그냥"이라고 하는 것이지 이유가 없어서는 아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 말이나 행동을 한 이유는 각자가 추구하는(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각자 다른 말이나 행동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자 할 때 의지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일례로 많은 사람이 "새해에는 ~를 하겠다./하지 않겠다." 라고 다짐을 한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이러한 다짐과 목표들은 마음속 저 깊은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가 다음 해에 나타나곤 한다. 의지가 약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 목표와 잘 부합하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건강'이 없는데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으며, 담배를 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래서 새해 목표뿐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먼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궁금해서 계산해보니 오늘이 딱 1200일 되는 날이다. 오늘은 3년 3개월을 함께 한 회사/팀을 떠나는 날이다.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길래 그동안 이 팀과 함께했고, 왜 떠나는가? 몇 년 뒤에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지만, 그동안 내가 추구해왔던 네 가지 가치를 기록하고자 한다.
시간
가끔 나도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까먹고 지낼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은연중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제한된 시간이라는 자원을 아깝게 여기고, 효율적으로 쓰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성공/성취
나는 성공을 해본 적은 없지만, 성취해본 경험은 많다. 그래서 성취감이라는 녀석이 얼마나 짜릿하고 뿌듯한지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이 일을 잘 해내면 어떤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할지/말지를 결정하곤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성공해보는 것도 중요한 가치이다. 성취를 하나 둘 이어가다 보면 성공이라는 퍼즐판을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성장
성장에 목이 말라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했다. 회사에서는 회사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성장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다 한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던 모든 서비스를 접었지만, 어떤 서비스를 만들 때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성장에 대한 갈증은 지금도 여전하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경험해보고 싶다.
긍정적인 생각
바로 옆자리에 있던 분은 프로였다. 내가 생각하는 회사나 공동체에서의 프로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다. 일을 잘하는 것은 당연지사. 마음이 된 사람이다. 마음은 멘탈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고, 넉넉해지면 겉으로 드러난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밖으로 드러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그것을 느끼고 자극을 받는다. 난 그런 프로의 옆에서 긍정이 답을 찾아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매일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 스스로에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치트키처럼 꺼내는 것들이다. 이 네 가지 가치를 바탕으로 이곳을 떠나, 앞으로 펼쳐질 희망찬 앞날을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