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트위터 스크롤을 내리다가 ‘괜찮은 책이니까 일을 하는 누구라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는 트윗을 보았다. 책의 표지나 제목이 좋든 싫든 이런 트윗을 보면 놓치지 않고 바로 주문에 들어간다(개인적으로 저자는 가려 읽는 편). 책을 받고 회사 출퇴근하면서 읽어 나갔는데 사람 사는 얘기로 가득해서 금방 읽을 수 있었다.
가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꽉 막힌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수십 년 살아오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이 우리를 만든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다를 때 저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책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상자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고 나만의 테두리 안에서 지내는 것을 의미한다. 폐쇄적 이거나, 편견 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재그럼이라는 회사의 생산부서 중 한 곳의 책임자로 고용된 톰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조직에서 상자들의 증가가 어떻게 리더십, 팀워크, 의사소통, 책임, 신뢰 그리고 동기부여에 관한 문제들의 근본 원인이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책에 저작권법 관련된 문구가 눈에 띄게 있어서 인용 문구를 최대한 생략했다.
이 책은 <상자>와 <자기배반> 두 단어만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만큼 지겹게 나온다는 뜻이다. 이런 용어들은 자기계발서의 특징이기도 한데, 그 용어에 어떤 느낌들을 담아서 읽는 이에게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게 하려고 많이들 쓰는 것 같다. <자기배반> 관련해서 어떤 느낌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 리스트를 보면 대충 감이 올 것이다.
자기배반
- 다른 사람을 위해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에 반하는 행위를 ‘자기배반’ 이라고 부른다.
- 내가 자기배반할 때, 나는 자기배반을 정당화시키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다.
- 자신을 정당화시키는 방식으로 세상을 볼 때, 현실을 보는 나의 시각은 왜곡된다.
- 자기배반할 때, 나는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된다.
-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상자들은 나의 특성이 되고 일상적으로 나는 그 상자들을 지니고 다닌다.
- 내가 상자 안에 있음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도 상자 안에 들어가도록 만든다.
- 상자 안에서 우리는 서로 잘못 대하는 것을 부추기고 상호 정당화를 얻게 된다. 우리는 서로에게 상자 안에 머물기 위한 이유를 주도록 공모한다.
<상자>와 <자기배반>을 생각하다 보면, 누구나 ‘역지사지’라는 단어가 생각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쉽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할 줄 아는 센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상대방은 어떤 기분을 받을지, 내가 한 말을 상대방이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관심은 있어보이는지 등. 상자 안에 있는 사람, 즉 공감할 줄 모르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은 말을 할 수록 상대방에게 답답한, 부담스러운,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꽉 막힌 사람이 되어 간다. 상자 안에 있는 사람들의 더 큰 문제는 바로 ‘나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평소 좋아하는 임작가님의 말을 인용하자면, "커뮤니케이션의 품질을 재는 잣대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 쪽에 있다"는 것처럼, 상대방의 기분과 상황을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말하다 보면 더 나은 커뮤니케이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다른 상자
이 책에서 나온 상자는 나만의 폐쇄적인 세상을 의미하는데, 책을 읽던 중에 나는 다른 의미로의 상자를 생각하였다. 다른 직군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개발을 하다보면 A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너무 집중해 있는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전혀 다른 문제인 D를 해결하려고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한 번쯤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언가에 깊이 집중해 있는 상태는 마치, 정신이 한 곳에 몰려 스스로조차도 잊는다는 무아지경과 같다. 그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 이르르면 언뜻 보기에 대단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 팀에는 한 때 행보관(군대 용어인데 관리자나 관찰자 느낌을 일컫는다.)이 있었다. 우리팀 모두가 행보관이다. 오후 4시쯤 옆자리를 둘러보면 거듭되는 삽질의 연속에 지쳐있거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잊어버린 사람들도 보인다(내 얘기). 나도 모르게 상자 안에 갇혀 있을때 필요한건 상자 밖으로 나오는 일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행보관이 Health Check 를 하러 돌아다닌다. 행보관이 묻는다. “John doe 괜찮져?” 아무개가 대답한다. “200 OK” <괜찮죠?> 한마디가 사소해 보이지만, 상자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큰 힘이 된다. 행보관의 Health Check가 매일 있는게 아니고, 의무도 아니라서 나 스스로 무아지경에 빠지지 않으려고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진짜 집중해야 할 것들을 TODO로 작성해둔다(요즘 Notion을 엄청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데 Well-made 툴이라는걸 매번 느끼고 있다).
그리고
조직에서의 상자와 자기배반은 자연스레 팀워크와 리더십으로 이어진다. 만약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폐쇄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을 불러오지 못한다. 내가 중심이 아닌, 모두가 중심이 될 수 있을때 진정한 팀워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자신의 일에 책임을 가질 수 있는것 말이다. 열정은 동기부여로부터 나올 수 있고, 동기부여는 자발적인 참여 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더십이란 자발성을 전제로 모두가 자신의 일에 책임을 갖고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 그리고 상자 밖에 존재하면서 누군가를 나와 같이 동일한 가치를 지닌 한 인간으로 생각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실천해보기
- 완벽해지려고 노력하지 말고, 지금보다 더 좋아지려고 노력하라.
- 다른 사람들의 상자를 찾지 말고, 먼저 당신 자신의 상자를 찾아라.
- 다른 사람들이 상자 안에 있다고 힐난하지 말고, 당신이 상자 밖에 있도록 노력하라.
- 당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자신에 대해 포기하지 마라. 계속 노력하라.
- 당신이 상자 안에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 마라. 사과하고, 계속해서 전진하라. 미래에 다른 사람에게 더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라.
- 다른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마라. 그들을 돕기 위해 당신이 올바르게 행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라.
-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돕고 있는지에 대해 염려하지 마라.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돕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