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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처럼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카페에 갔다. 음료 주문을 하다가 카페 포스기에 있는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본 로고였는데.. 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생각해보니 HTTP Client로 많이 사용되는 OkHttp의 공식 문서에서 본게 생각났다. OkHttp의 로고는 아니고, 이 라이브러리를 만든 회사인 Square의 로고였다. 핀테크 회사에서 일하다보니 SquareStripe와 같은 유명 핀테크 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주위 지인들로부터 Square의 창업 이야기가 담긴 언카피어블(UNCOPYABLE)을 추천 받아서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보게 되었다.


언카피어블

이 책은 세계 최고 핀테크 기업 중 하나인 스퀘어(Square)의 공동창업자인 짐 맥켈비(Jim McKelvey)가 스퀘어를 창업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타트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어떤 법칙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법칙이란, 책의 제목과 부제(아마존을 이긴 스타트업의 따라 할 수 없는 비즈니스 전략)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따라 할 수 없는 전략을 말한다. 잠깐 스퀘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스퀘어는 트위터를 만든 잭 도시(Jack Patrick Dorsey)짐 맥켈비(Jim McKelvey)가 함께 복잡한 카드 결제 시스템과 비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기반 카드 리더기를 만든 핀테크 기업이다. 영세 업체일수록 값 비싼 POS 시스템과 만만치 않은 수수료 때문에 카드 결제를 기피할 수 밖에 없었는데, 스퀘어는 이 카드 리더기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별도의 인프라나 가맹점 등록 없이 미국 영세 중소 상인들이 스마트폰만으로 카드 결제가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심지어 수수료도 2.75%로 일반 카드사(3~5%)에 비해 현저히 낮아서 카드 결제가 부담이었던 상인들이 대거 스퀘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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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가 만든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용 카드 리더기

책을 읽으면서 스퀘어가 혁신을 쌓아 가는 과정도 재밌었는데, 짐 맥켈비가 말한 성공하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서점에 가면 <성공하는 법칙>,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등 보편적인 성공 공식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짐 맥켈비도 비슷한 논지로 이 공식을 얘기했는데, 이 공식은 천 년 전부터 내려오는 다리를 건설하는 일에서부터 비누를 파는 일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분야에서든 우리를 성공하게 해준다고 했다. 이 공식은 바로 남을 모방하는 것이다.

이 공식은 경쟁이 치열한 산업에도 통하고 그리 복잡하지 않다. 모방하면 무엇 하나 새로 발명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 모든 사업이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데, 자리 잡힌 시장을 찾아 그곳에서 남을 모방한다. 그 다음에는 모방한 것들을 약간 다듬어 좀 더 낫게 만든다. 더 낮은 가격, 더 나은 제품, 더 가까운 위치, 더 빠른 배송 혹은 외국어를 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말이다. 짐 메켈비가 이런 모방에 대해서 재밌는 비유를 했는데, 기존 시장에서 자리를 찾는 것은 북적거리는 엘리베이터에 비집고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안에 탄 사람들은 당신이 반갑지 않아도 조금씩 자리를 만들어주고, 당신은 그들과 시선을 마주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생명체의 복제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세상에는 생명체가 없는 것처럼, 모방은 본능이자 엔트로피에 대한 자연의 답이라고 했다.

uncopyable

이 얘기만 들었을 때 모방이 비즈니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에 대한 정답처럼 보였다. 그런데 책을 좀 더 읽어보니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모방에 따르는 문제는 바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화는 대부분 실패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진화할 수 없다. 일례로, 거의 모든 종은 유성생식을 하는데, 완벽한 복제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지 못하고 뒤처지기 때문이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짐 맥켈비가 모방과 혁신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존은 스퀘어와 다르게 모방만 했고,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자연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에도 계속해서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모방과 혁신은 파트너라고 얘기했던거 같다.


혁신 쌓기 전략

사실 이 책은 몇 달 전에 읽은 거라 그때의 느낌과 지금은 사뭇 다른 점이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아마존.. 아마존을 이겼다고? 아마존에 비해 한참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겼을까?' 궁금함으로 가득 찼었는데, 지금은 몸집이 큰 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이 가질 수 있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새로운 세계에서는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게 아니라,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스타트업은 빠르게 결정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직이다. 실패하더라도 빠르게 실패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하더라도 빠르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반면에 소규모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조직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내부의 이해관계부터 살펴야 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

mvp

일례로, 어떤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조직은 이동 수단이라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스케이트 보드부터 만들어보고, 킥보드, 자전거, 오토바이를 거쳐 자동차를 완성해 나아간다. 당연히 이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텐데, 문제 해결에 실패해 망하거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적인 혁신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짐 맥켈비는 '혁신 쌓기 전략' 이라고 부른다. 바깥에서 이 과정을 보면 문제-해결-문제의 사슬로 보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한 덕분에 스퀘어는 아마존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쌓아온 혁신의 과정 덕분에 거대 공룡 기업인 아마존이 스퀘어와 비슷한 카드 리더기를 만들더라도 문제 해결 능력에서의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종종 "잘 만들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서비스를 접했을때 "~한 기능이 다른거보다 좋네", "이건 좀 신박하네" 등 겉으로 보이는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 외에 "이건 어떻게 구현했겠다" 정도로만 고민하지, 이런 결과물을 만들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쳤을지는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런 고민을 스스로 하고 해결해 나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때로는 결과보다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과정과 시간을 거쳐서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란, 너무도 커서, 굳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듯이 말이다. 설명한다 해도 남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창업이라는 길은 어떤 분야에서의 문제와 해결의 연속이고, 그 과정 속에서 쌓은 노하우가 그 회사만의 혁신이 될 수 있다라는걸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기억에 남는 문구

  • 현재의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고, 시스템 자체를 공정하게 만들고 싶었다.
  • 모든 선택이 열려 있고 거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시작 단계에서는 자유와 공포가 동시에 느껴진다.
  •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하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한 덕분에 우리는 업계의 다른 기업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문제 해결에 실패해 망하거나,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독립적인 혁신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거나. 나는 이 혁신 과정을 ‘혁신 쌓기 전략’ 이라고 부른다.
  •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 매일 산소를 사용하지만 굳이 이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으니까.
  • 존재하지 않던 시장으로 확장해가려면 일련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만 한다.
  • 혁신은 계획하는 것, 원하는 것, 열망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니까 하는 것이다. 혁신은 혁신만이 유일한 대안인 상황에 부닥칠 때 시작된다.
  • 성벽 안에서 남들의 법칙에 따르며 살 생각이 아니라면 수많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준비가 되어야 한다.
  • 남을 모방하라.
  • 다시 말해 무엇 하나 새로 발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 기존 시장에서 자리를 찾는 것은 북적거리는 엘리베이터에 비집고 타는 것과 비슷하다. 안에 탄 사람들은 당신이 반갑지 않아도 조금씩 자리를 만들어주고, 당신은 그들과 시선을 마주칠 필요도 없다.
  • 당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의 모방일 가능성이 크다. 모방은 엔트로피에 대한 자연의 답이다.
  • 좋은 모방은 곧 좋은 행동이다. 누군가로부터 호감이나 관심을 받고 싶다면 그 사람을 모방하라.
  • 모방에 따르는 딱 한 가지 문제는 바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비즈니스에서도 기업들은 자연의 변화나 마찬가지로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한다.
  • 시간을 무한하고 압도적인 선택지로 보는 대신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더 쉽다. ‘언제 시작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는 답이 두 개뿐이다. 지금 아니면 나중에. 우리가 자주 애통해하듯 과거는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믿어도 된다.
  •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는 것에 진저리가 납니다.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에게 정당화가 된다면 위험을 무릎쓰고 도전합니다.”
  • 혁신은 전체로서 진화하기에, 요소 하나라도 추가 혹은 제거되면 다른 요소들의 움직임이 변할 수 밖에 없다.
  • 어떤 시장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은 선입견이 별로 없다.
  •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는 어떤 주제에 대해 처음 얻은 정보에 크게 의존하는 것을, 보수적 편향(conservatism)은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었을 때 개신의 믿음을 불충분하게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 힘든 과정을 거쳐 배운 것일수록 기억에 남는 경향이 있다.
  • 독창적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지적 자가격리였던 셈이다.
  • 완벽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시장을 확장하려면 그 시장을 공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니다. 고객을 보면 되니까. 좀 더 정확하게는 당신의 제품을 아직 알지 못하거나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잠재적 고객을 봐야 한다.
  • 실제로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우선 자신의 해결책이 성공하지 못할 수 있음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럼에도 대담하게 시도해야만 한다. 자만과 과신은 이미 해결된 문제의 세계로 우리를 국한한다.
  • 얼어붙지 않는 한, 두려움은 당신의 친구가 됨과 동시에 훌륭한 동기부여가 된다.
  • 다른 사람들에게도 있을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지 말고 자신이 안고 있는 분명한 문제를 선택하라.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