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대체로 오랜 시간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깊이 생각에 잠기곤 한다. 글쎄, 도대체 나는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걸까, 하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이제까지 달리면서 무엇을 생각해왔는지, 제대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느 날 파리의 한 호텔방에 드러누워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를 읽다 보니, 마침 마라톤 러너에 관한 특집 기사가 눈에 띄었다. 여러 유명한 마라토너들을 인터뷰해서, 레이스 도중에 자신을 질타하고 격려하기 위해 어떤 만트라를 머릿속으로 되풀이해서 외우는가, 라는 물음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었다. 꽤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그 기사를 읽자니까, 모두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42.195킬로미터를 달리고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만큼 풀 마라톤이라는 것은 가혹한 경기인 것이다. 만트라라도 부르짖지 않으면 하지 못할 힘든 일이다. 그중에 한 사람은 형으로부터 배운 문구를, 마라톤을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머릿속에서 되뇐다고 했다. Pain is inevitable, Sufferring is optional 이라는 게 그의 만트라였다. 정확한 뉘앙스는 번역하기 어렵지만, 극히 간단하게 번역하면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렸다’ 라는 의미가 된다. 가령 달리면서 ‘아아, 힘들다! 이젠 안되겠다’ 라고 생각했다고 치면, ‘힘들다’ 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젠 안되겠다’ 인지 어떤지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결정하기 나름인 것이다. 이 말은 마라톤이라는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간결하게 요약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 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써나가며 의식을 집중해 일을 하는 것이, 자기라는 사람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정보를 신체 시스템에 계속해서 전하고 확실하게 기억시켜 놓아야 한다. 그리고 조금씩 그 한계치를 끌어올려 간다.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조금씩, 그 수치를 살짝 올려간다. 이것은 매일 조깅을 계속함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러너로서의 체형을 만들어가는 것과 같은 종류의 작업이다. 자극하고 지속한다. 또 자극하고 지속한다. 물론 이 작업에는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보답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