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걀을 1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변호사이자 실리콘밸리 투자자인 랜디 코미사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미얀마에서 만난 한 승려가 던지는 질문으로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달걀을 1미터 정도 아래로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 됩니다. 어찌 해야 할까요?
이 질문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단단한 돌 바닥 위에서 달걀을 들고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런데 이걸 떨어뜨리되 깨뜨리면 안된다..? 바닥에 쿠션을 놓으면 안될까? 아니면 혹시.. 물 위에서 떨어뜨리면 안되나?
우리는 자연스레 계란이 떨어지면 깨지는 것부터 상상한다. 그래서 깨지지 않게 하려면 바닥에 부드러운 무언가를 놓고 깨지지 않게끔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승려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증을 가진채 계속 읽어 나갔다.
승려는 책의 도입부에 질문을 마지막으로 나오지 않고, 그 이후부터는 랜디와 레니라는 창업가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다. 어느날 랜디에게 장례 용품을 온라인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사업을 하겠다고 레니라는 사람이 투자와 자문을 구하기 위해 찾아왔다. 레니는 엄청난 열정과 굉장히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업을 하고, 돈을 많이 벌고 난 이후에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계획중이었다. 이런 레니의 이야기를 듣고 랜디는 열정 가득하고 사업 계획 구체적이지만, 왜 장례 사업을 하려는건지 목적과 비전이 뚜렷하지 않아서 몇 가지 조언을 남긴 뒤 투자를 위한 마음은 접기로 했다.
“내 경험상, 만약 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한다면 닭 쫓던 개 신세를 면치 못할 겁니다. 돈은 결코 그렇게 따라오지 않아요. 뭔가 더 있어야 합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때 나를 지켜줄 만한 목적의식 같은 것 말이죠. 실패하더라도 이 일에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단 말입니다.”
그러나 레니는 포기하지 않고 랜디의 조언을 바탕으로 사업 계획서를 다시 다듬고 오랜 기간 랜디를 괴롭히다시피 한다. 결국 랜디는 굉장히 끈질긴 성격을 가진 레니에게 사업을 하려고 하는 진짜 목적에 대해 스스로 고민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미뤄 놓은 인생 설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 중간중간 랜디의 변호사 시절과 실리콘밸리 회사에서의 다양한 경험 이야기도 나오는데, 사업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건 동기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레니는 랜디와 동업자 앨리슨의 생각과 조언을 받아들여 본인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과 장례 사업을 접목시켜 가슴뛰는 사업의 목적을 찾게 된다.
살면서 혹은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를 마주하는데 그 때마다 지금 있는 현상에만 집중하다가 본질(핵심)이 무엇인지 잊게 된다. 현상에만 집중하다보면 본질과 다른 방향으로 답을 찾게 된다. 책의 맨 마지막에 승려가 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그런데 그 답이 중요한게 아니라, 승려가 왜 이 수수께끼를 냈는지가 중요하다. 책을 읽다보면 승려가 내놓은 수수께끼의 본질을 알게 되는데, ‘계란이 깨지지 않게 만드는게 아니라, 1미터 높이에서 깨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하게 할 수 있는 방법’ 이다.
이 책의 주된 이야기인 사업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지금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하고 싶은거 하면서 편하게 즐겁게 살아야지. 인생은 출애굽기도, 영웅전도 아니다. 현재의 고통을 전제로 미래의 행복을 바꾸거나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인생을 낭비하기엔 너무 아깝고, 당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교훈을 주는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 열정이란, 저항할 수조차 없이 어떤 것으로 당신 자신을 끌어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의지란, 책임감 또는 해야만 한다고 생각되는 일에 의해 떠밀려가는 것이다. 만약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조금이나마 자기 인식을 하고 있는 사람은 내가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는 욕망은 열정이 아니며, 일정 수준의 몫이나 보너스, 또는 회사를 매각하여 현금을 벌고 싶다는 욕심도 열정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성취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열정이 아니다. 그것은 의지에 가깝다.
- 비즈니스 환경은 늘 변한다. 사람들은 전략과 수익모델을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지속적으로 재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 하지만 수정할 때마다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기업의 큰 비전이다. 긴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구성원의 감동을 이끌어 내는 비전을 포기하면, 나침반 없이 남겨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기업의 위치를 돌아볼 때 현재 상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목표와 방향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는 충고를 늘 하고 있다. 나침반을 맞추고 길을 따라 나아가라. 그래야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방향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 관리와 리더십은 서로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건 아니다. 레니처럼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 차이를 알 수 없다. 관리는 체계적인 과정을 말하는데 그 목적은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원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리더십은 인격과 비전으로 다른 사람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도록 만든다. 관리는 리더십을 보완하고 지원하지만, 리더십을 내포하지 않은 관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리더는 아랫사람들의 의혹을 해소시키고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도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기차를 제시간에 맞게 도착시키는 관리자의 역할보다 리더로서의 업무가 나는 더 마음에 들었다. 리더의 묘미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생산라인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것에 있지 않았다. 사람들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고, 사람들이 위대해질 수 있도록 자극을 주며 나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며, 또한 사람들이 조화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었다. 그게 수준 높다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 위험부담에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모든 사항을 열심히 검토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추가 정보나 확증이 있어도 사업의 궁극적인 성공이나 실패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불확실에 휩싸인 나머지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현상만을 유지한다. 결국 그들이 아는 것은 그게 전부가 된다.
- 하지만 좀 더 파고들어 가면, 사업의 위험부담과 함께 결부되는 개인의 위험부담도 고려하게 된다. 개인의 위험부담은 존경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 나와 다른 사업관을 가진 회사에서 일하는 것,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협해야 하는 것, 본모습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혹은 완전히 모순되는 일을 하는 것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중 가장 큰 위험 부단은 미래의 행복을 위안으로 삼으면서 하고 싶지도 않은 일에 평생 인생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 반면 개인적 위험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 그것은 가치와 우선순위, 자신이 누구인지를 표현하는 문제다. ‘안전 제일주의’ 라는 말은 현상에 만족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금전적 이익이 있으면 시간 낭비와 만족감의 부채 또한 감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아무 생각조차 해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시간과 만족이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소중한 것이라 여긴다면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감수하게 된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위험부담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개인의 위험부담을 생각하다 보면 개인의 성공에 대한 정의도 내려진다. 사업적인 성공이 꼭 개인의 성공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를 거쳐 직장생활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방해요소에 부딪히면서 다른 사람들이 내린 ‘성공’ 의 정의를 그대로 인식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해 순위를 매기려 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오로지 우리 스스로에게 놓여 있을 뿐, 쓸데없는 평가와 비교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 열정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 단, 가장 소중한 재산인 시간을 가장 의미 있는 일에 써라. 남은 인생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이 말은 문자 그대로 앞으로 평생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뜻이 아니다. 예상치 않은 사회 속에서 앞으로 평생 동안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내일 갑자기 생이 끝난다면 지금까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당신은 앞으로 평생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지금 당장 그 일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