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novator's dilemma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올랐던 건, 기존 강자들은 보통 가장 약한 부분이 아니라, 가장 잘하던 방식 때문에 무너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흔히 어떤 기업이 망하면 의사결정을 못했다거나, 기술력이 부족했다거나, 고객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오히려 반대 이야기를 한다. 고객 이야기를 너무 잘 듣고, 현재 사업을 너무 잘 운영하고 조직이 너무 효율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놓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잘하는 방법’을 학습하면서 성장한다. 매출이 잘 나오는 고객에게 집중하고, KPI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인다. 사실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굉장히 합리적이고 교과서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의 혁신은 거의 항상 지금 기준으로 보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인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초기의 파괴적 혁신은 늘 이상하다. 시장은 작고 고객은 별로 없어 보이고, 제품 완성도도 낮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작은 변화가 기존 시장 전체를 바꿔버린다. 넷플릭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블록버스터 입장에서는 꽤 애매했을 것 같다. DVD를 우편으로 보내준다니. 게다가 스트리밍 초기 품질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사람들은 비디오 대여점에 가지 않게 되었다. 노키아가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도 비슷했을 것이다. 전화기라기보단 느린 컴퓨터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존 강자들은 대부분 틀린 판단을 한 게 아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다 합리적이었다. 오히려 문제는 현재의 성공 방식이 미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데 있었다. 지금 고객이 원하는 것, 지금 돈이 되는 것 그리고 지금 잘 작동하는 방식에 집중할수록 새로운 흐름은 더 작고 이상하게 보인다.

요즘은 AI를 여기에 비춰볼 수 있을것 같다. 지금 대부분의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앱을 열고 탐색하는 구조’ 를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검색도 그렇고 쇼핑도 그렇고 배달도 그렇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이 흐름 자체를 바꾸고 있다. 점점 검색 결과 페이지보다 ‘답변’이 중요해지고 있고, 사용자가 여러 앱을 돌아다니기보다 AI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해준다던가.

그런데 기존 플랫폼 입장에서 이 변화는 꽤 어려울 것 같다. 지금 너무나도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 예를 들어, 검색 광고 모델은 검색 결과 페이지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AI는 링크 대신 답변을 준다. 체류시간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가 오래 머물러야 좋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오히려 클릭과 탐색을 줄인다. 결국 미래 방향이 기업 입장에서의 현재 수익 모델과 충돌한다. 그래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는 단순히’“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 가 아니라, 기존 성공 방식이 미래 변화를 막는 구조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이 책에서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데 개인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사람도 어느 순간부터 자기가 잘하는 것만 반복하게 된다. 이미 인정받은 방식, 익숙한 선택과 성과를 냈던 패턴들. 효율은 점점 좋아진다. 대신 새로운 걸 시도하는 감각은 조금씩 사라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변화는 늘 비효율적으로 시작된다. 운동, 글쓰기, 새로운 분야에 대해 학습하는것. 처음엔 늘 못한다. 괜히 시간 낭비하는 기분도 든다. 그래서 대부분 다시 원래 잘하던 걸 하러 돌아간다.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초기의 비효율을 견디는 능력인 것 같다. 기업은 작은 시장을 견디지 못하고 사람은 서툰 시기를 견디지 못한다.

혁신은 대부분 기존 시장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시작된다. 혼다의 슈퍼커브가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것처럼, 처음엔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사람들과 작은 취향, 이상한 행동들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혁신 기업의 딜레마는 단순한 경영 이론이라기보다, 성공이 어떻게 사람과 조직을 점점 보수적으로 만드는지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