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닥치?
지금으로부터 6년 전. 그 당시 이유는 모르겠지만, 현대O토에버라는 회사에 인턴을 지원했었다. 그때까지 레포트를 제외하고는 글을 써본 경험이 없어서 내가 쓴 글에 문제가 없는지 친구에게 피드백을 받으러 갔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와 그 때만 얘기하면 배꼽 빠지게 웃는데, 친구가 준 피드백은 참담했다. (진심) 부끄럽지만 그 때 친구가 줬던 피드백을 잠시 꺼내보자(지눙아 고맙따.,.).
6년 전 썼던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데.. 내용을 보면 더 신기하다. 비문이 난무하고 배배 꼬인 문장 덕분에 무슨 말을 하는지 한참 생각하게 된다. 기억은 잘 안나는데 아마 친구가 준 피드백을 반영해서 고쳐 썼을거다. 그런데 갑자기 글을 잘 쓰기는 쉽지 않으니 크게 달라진건 없었을 거다. 서류 전형 결과가 예상되는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다.
6년이 지난 지금은,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게 편할 뿐이지, 아직도 잘 쓰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과거의 내가 썼던 글보다 지금 작성한 글이 더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글쓰기가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다(신난다!!😁). 2015년부터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공부하고 나서 정리하는게 대부분이었다. 일단 뭐라도 따라 쓰기 시작했더니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완성도 높은 문장을 쓰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보고,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문장을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 블로그에 글 하나 쓰려면 여유롭게 3~4일 정도는 걸리는 것 같다.
코로나가 시작하고 난 뒤부터였나? 오랫동안 글을 혼자 쓰다 보니 피드백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을 하다 보면 코드 리뷰를 통해 좀 더 나은 코드를 작성하고, 잘못된 부분을 되짚어볼 수 있다. 혼자서만 코드를 작성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 방법인지 자기 생각에 갇힐 수가 있는데,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친구들한테 부탁했는데 오타나 감상평 외에 구조나 내용을 흔들만한 피드백을 받지 못해서 아쉬웠다.
글또
그래서 글 쓰는 개발자 모임인 글또에 가입하였다. 글또는 '글 쓰는 또라이'의 줄임말인데 사실 또라이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다들 블로그에 주기적으로 글을 작성하고 싶거나 나처럼 피드백을 받고 싶은 개발자들이 모여있다. 참여자 다들 2주에 한 번씩 글을 작성하고, 서로의 글을 읽으며 피드백을 주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참여한 목적이 컸는데, 도메인이나 관심사가 서로 다르다 보니 매번 좋은 피드백을 받았던건 아니다. 그렇지만 글또에는 따뜻한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기저에 깔려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글들이 많다.
3개월 회고
2020년 11월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3개월이 지나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같은 채널에 있는 개발자분들과 3개월 동안의 회고를 했다. 회고 방식은 KPT(Keep, Problem, Try)를 차용했고, 잘하고 있는 점(Keep),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Problem), 시도해보면 좋은 점(Try)을 각자 적어보았다.
함께 글을 쓰고 피드백을 주고 받았던 분들과 회고를 하면서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글을 꾸준히 썼다는 면에서 가장 많은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고, 피드백을 어떻게 주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어려움이 모두에게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글을 작성하고 나서 공유하는 시점에 각자가 받고 싶은 피드백도 작성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나는 어떤 것들을 얻었고 아쉬웠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먼저 생각났던 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썼다는 점이다! 써야 는다! 업무에 필요한 공부를 하면서 쓴 글, 했던 일을 정리하면서 쓴 글, 관심있는 분야의 책을 읽고 쓴 글 등 다양하게 10개를 썼다.
- 가변성(Variance) 알아보기 - 공변, 무공변, 반공변
-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PR 템플릿 개선해보기
- 플랫폼 레볼루션
- Kafka Producer 알아보기
- Kafka Consumer 알아보기
- 제레미의 2020년 회고
- 귀차니즘을 해결해주는 Alfred
- 암호화 알고리즘과 Spring Boot Application에서 Entity 암호화
- Get comfortable with being uncomfortable
- Practical 모던 자바
그리고 가장 크게 깨달았던 점은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다. 혼자서 글을 쓸 땐 몰랐다. 다른 분야의 사람이 작성한 글을 읽다 보니 피드백을 주기 힘들 때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작성한 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내 글을 읽을까? 왜 읽을까? 어떻게 하면 읽기 쉽게 쓸까?'를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문장이 어색하지는 않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맥락이 뜬금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이 글만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한지 등. 탄탄한 글쓰기를 위한 책과 아티클도 찾아보았다.
아쉬운 점이라면 글만 쓰고 블로그를 개선할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GA(Google Analytics)에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블로그 방문자들은 대부분 특정 글을 읽고 바로 이탈한다. 아직 블로그에 카테고리가 없어서 연관된 글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글을 묶어서 보여줄 수 있다면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고, 나에게는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동기부여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